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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시대, 콜드 데이터가 새로운 병목이 되다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스토리지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는 중임
연산 성능을 얼마나 높이느냐보다, 생성되고 축적되는 데이터를 얼마나 오래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과제가 됨
특히 대형 언어모델과 생성형 AI 확산 이후 데이터는 향후 재학습과 검증을 위한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함
이로 인해 한 번 생성된 데이터는 활용 빈도와 무관하게 장기간 보존해야 하는 구조로 이동 중임
AI 학습 원본 데이터, 재현성 확보용 데이터, 규제·감사용 로그 등은 다시 사용되는 빈도는 낮지만 삭제되면 치명적인 데이터에 해당함
이처럼 AI 시대에는 속도 중심 스토리지와 별개로, 수십 년 이상 보존을 전제로 한 콜드 데이터 인프라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 중임
□ 유리로 데이터를 저장한다는 접근
기존 SSD·HDD·자기 테이프는 모두 자기 또는 전하 기반 기록 방식임
기록 밀도가 높아질수록 열화와 오류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적 한계를 가짐
유리는 실리카 결정 구조가 매우 안정적이며 온도·습도·전자기 환경 변화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음
이 때문에 장기 보존 관점에서는 이상적인 매체로 오래전부터 연구 대상이 되어 왔음
과거에도 유리 기반 저장 기술은 이론적으로 가능했지만, 레이저 정밀도와 판독 기술의 한계로 실용화가 어려웠음
최근 펨토초 레이저와 고해상도 광학 센서 기술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비로소 상업적 가능성이 열리고 있음
□ 프로젝트 실리카에서 5D 글라스까지
마이크로소프트는 ‘프로젝트 실리카(Project Silica)’를 통해 글라스 스토리지의 가능성을 먼저 입증함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유리 내부에 3차원 복셀 구조를 기록하고, 편광 기반 광학 판독 방식으로 데이터를 읽어내는 구조임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기술의 데이터 보존 수명을 수만~수십만 년 수준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장기 아카이브용 매체로서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왔음
이를 한 단계 확장한 것이 영국 사우스햄프턴 대학 연구를 기반으로 2024년 설립된 스핀아웃 기업 스포토닉스(SPhotonix)임
스포토닉스의 5D 글라스 스토리지는 x·y·z 공간 좌표에 더해,
나노 구조의 방향(orientation)과 세기(intensity)라는 두 개의 광학 차원까지 함께 기록함
이 방식은 동일 부피에서 훨씬 높은 데이터 밀도를 구현할 수 있으며,
프로토타입 기준 5인치 유리 디스크 1장에 최대 360TB 저장이 가능하다고 제시됨
프로젝트 실리카가 마이크로소프트 내부 아카이브를 염두에 둔 폐쇄형 실험에 가까웠다면,
스포토닉스는 기존 데이터센터 구조에 미디어와 광학 기술을 라이선스 형태로 연결하는 전략을 지향하고 있음
□ 138억 년 보존의 의미와 상용화의 벽
스포토닉스가 언급하는 ‘138억 년 보존’은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보증 수명을 의미하는 표현은 아님
이는 물리적 파손을 제외할 경우, 고온·방사선 환경에서도
유리 내부 메모리 크리스털 구조가 이론적으로 매우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음을 강조한 개념적 표현에 가까움
연구·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해당 구조는 약 190°C 환경에서도 우주의 나이에 해당하는 138억 년 수준의 안정성을 가질 수 있다고 제시됨
이는 자기 기록 방식이나 반도체 기반 스토리지가 도달하기 어려운 영역임은 분명함
다만 상용화를 가로막는 현실적 장벽도 명확함
현재 프로토타입 기준 쓰기 속도는 초당 약 4MB, 읽기 속도는 약 30MB 수준에 머물러 있음
라이터 장비 가격은 약 3만 달러, 리더는 약 6천 달러 수준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 도입에는 비용 부담이 큼
스포토닉스는 향후 3~4년 내 읽기 속도를 초당 500MB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음
5D 글라스 스토리지는 속도를 경쟁력으로 삼는 기술이 아님
한 번 기록하면 다시 마이그레이션할 필요가 없는 데이터를 전제로 설계된 매체로,
장기 운영 비용과 관리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의 접근임
현 단계에서는 모든 데이터를 대체하기보다는
국가 기록물, AI 학습 원본 데이터, 금융·의료 규제 데이터, 기후·우주 관측 데이터 등
초장기 콜드 데이터 영역에 특화된 선택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음
□ 마무리하며
AI 시대의 데이터 문제는 더 이상 저장 용량이나 처리 속도의 문제가 아님
한 번 생성된 데이터를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낮은 관리 비용과 리스크로 유지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음
5D 글라스 스토리지는 느리고 비싸지만, 자기 기록 방식이 가진 근본적 한계를 우회하는 전혀 다른 해법을 제시함
특히 마이그레이션과 주기적 재백업이 필수였던 기존 콜드 스토리지 구조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큼
단기적으로는 틈새 기술에 머물 가능성이 높지만, AI 학습 원본과 국가·산업 차원의 기록물이 누적될수록
‘영구 보존 매체’에 대한 수요는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음
5D 글라스 스토리지가 테이프 이후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실험적 기술로 남을지는 향후 데이터센터 파일럿 테스트와 비용 구조 개선 속도에 달려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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