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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거리로 나온 이란, 이번엔 이유가 다르다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음
테헤란에서 시작된 시위는 이스파한 시라즈 등 주요 도시로 빠르게 확산 중임
겉으로 보면 또 하나의 정치 시위처럼 보이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이전과 다름
2022년 히잡 시위가 체제와 권위에 대한 저항이었다면 지금의 시위는 훨씬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에서 출발함
과거에는 특정 계층이나 이슈에 국한됐던 시위가 이번에는 직업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번지고 있음
이는 불만이 정치 영역을 넘어 일상 전체로 확산됐다는 신호임
돈이 더 이상 돈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상황
즉 화폐가 일상을 지탱하지 못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임
최근 전쟁 리스크 확대와 외화 유입 기대 붕괴가 겹치며 비공식 시장에서는 더 이상 환율 방어가 어렵다는 인식이 빠르게 퍼짐
□ 화폐 붕괴가 일상을 무너뜨렸다
이번 시위의 직접적인 불씨는 이란 화폐 리알화의 급락임
비공식 자유시장 기준 환율은 최근 1달러당 약 140만~142만 리알 수준까지 치솟음
2015년 핵합의 당시 시장 환율이 달러당 약 3만2천 리알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년 만에 화폐 가치가 약 44분의 1로 줄어든 셈임
이 정도면 단순한 환율 변동이 아니라 화폐에 대한 신뢰가 붕괴된 단계에 가까움
화폐는 가치 저장·교환·회계라는 세 기능을 가지는데 이란에서는 이 세 가지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음
월급은 리알로 받지만 물가는 달러 기준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 구조가 만들어지는 순간 임금과 생활비 사이의 간극은 개인의 노력으로 메울 수 없는 영역이 됨
일부 상점에서는 달러 가격표가 등장했고 이는 달러라이제이션의 초입 신호임
통화가 무너질 때 사회는 천천히가 아니라 갑자기 흔들리며 빈곤층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빠르게 붕괴됨
□ 왜 하필 지금이었나, 모든 악재가 한꺼번에 터졌다
이번 사태는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음
미국의 장기 제재로 외화 유입이 막혀 있고 이스라엘과의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한 통화 팽창 환율 방어 실패 중앙은행 신뢰 상실이 누적됨
여기에 최근 환율이 특정 구간을 넘어서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확산됐고
이 시점부터는 정책보다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함
40여 년 만의 최악 가뭄, 전력 부족, 질 낮은 대체 연료 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까지 겹치며
경제 환경과 생활 인프라가 동시에 흔들렸고
민심은 한계점을 넘김
이 시점에서 환율은 단순한 가격 지표가 아니라
사회 안정성을 좌우하는 변수로 변함
□ 가장 먼저 무너진 세대, 이란의 MZ
이번 시위의 중심에는 대학생을 포함한 젊은 세대가 있음
이들은 실업률이 높고 주거와 결혼 진입이 막혀 있으며 환율과 물가 변동에 가장 취약한 계층임
부모 세대는 과거의 저축이나 자산으로 완충할 여지가 있지만 젊은 세대는 월급과 물가 사이의 붕괴를 그대로 맞아야 함
일부는 거리로 나왔고 일부는 이란을 떠날 방법을 찾기 시작했으며 또 다른 다수는 체념 상태로 이동 중임
노력해도 환율이 모든 것을 무력화시키는 구조 속에서 이란의 MZ 세대는 부모보다 가난해질 가능성을 처음으로 체감하는 세대가 되었고
그래서 이번 시위의 외침은 정치보다 생존에 더 가까움
□ 마무리하며
이란 정부는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하고 대화 메커니즘을 언급하며 사태 관리를 시도하고 있음
동시에 최고지도부는 원칙론과 질서 유지를 강조하며 치안 대응도 병행 중임
이는 유화와 강경이 섞인 혼합 대응에 가까움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무너지고 환율을 방어하면 외환이 고갈되며
보조금을 늘리면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되는 구조 속에서 정부의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임
인플레이션과 통화 붕괴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가 아니며 대응이 늦을수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짐
지금 이란에서 벌어지는 일은 정치 시위라기보다 통화 붕괴가 사회를 흔드는 과정이며 이 흐름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반복돼 왔음
이 사태의 향방은 결국 환율과 물가를 되돌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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