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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스테이블코인 규제 전환, ‘조건부 허용’의 의미
이번 내용은 금융위원회가 마련해 대통령실에 보고 예정인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정부안 초안을 토대로 한 것임
최종 정부안 확정 및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일부 조정 가능성은 열려 있음
초안에 따르면 USDT·USDC처럼 해외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도
국내 지점 또는 이에 준하는 법적 거점이 없을 경우 국내 유통이 제한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음
이는 특정 코인을 직접적으로 금지하겠다는 접근이라기보다는
사고나 분쟁 발생 시 국내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관할권을 확보하려는 정책적 선택에 가까움
핵심은 전면 차단이 아니라 조건부 허용임
해외 발행사가 한국 시장을 계속 공략하려면
지점 설립, 감독 수용, 자료 제출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로 전환되는 국면임
이 같은 방향은 한국만의 특수 규제가 아니라
미국·EU 등 주요국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 인프라로 편입시키려는 글로벌 흐름과도 맞닿아 있음
□ 스테이블코인·거래소, 은행급 책임으로 격상
정부안 초안은 스테이블코인과 거래소를
기존의 혁신 금융 서비스가 아닌 준금융 인프라로 규율하는 방향을 담고 있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발행 잔액의 100% 이상을 은행 등 관리기관에 예치 또는 신탁해야 하고
발행사 파산 시에도 이용자 자산을 보호하는 도산절연 구조를 갖추도록 요구받음
또한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행위는 금지되는 방향이 검토 중임
이자 지급 금지는 스테이블코인을 예금 대체재가 아닌 결제·정산 수단으로 기능을 한정하려는 의도로 해석됨
거래소 역시 해킹이나 전산 장애 발생 시 이용자의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무과실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구조가 도입되는 방향임
이는 거래소를 보안·재무·내부통제를 갖춘 은행급 사업자로 취급하겠다는 의미이며
중소·영세 거래소 중심의 구조조정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
□ 8년 만의 ICO 허용, 진입은 열고 책임은 닫다
정부안 초안에는 2017년 이후 금지됐던 국내 ICO를 조건부로 허용하는 방향도 포함돼 있음
다만 이번 허용은 규제 완화라기보다 고강도 책임을 전제로 한 제도권 편입에 가까움
백서에 허위 정보가 있거나 중요 사항을 누락할 경우, 발행인뿐 아니라 기술 위탁사, 운영사, 마켓메이커까지 연대 책임을 지게 되며
고의 여부와 무관하게 무과실 손해배상 책임이 적용되는 구조임
이는 해외 발행 후 국내 우회 상장이라는 관행을 차단하고 형식만 갖춘 프로젝트나 스캠 코인을 구조적으로 배제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반영한 것임
향후 국내 ICO 시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 확대보다는 공시 수준과 신뢰도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큼
□ 금융위 vs 한은, 그리고 빠진 ‘시장 구조’
표면적으로는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 감독권 조율 문제로 보이지만 본질은 누가 디지털 화폐 질서를 설계하느냐의 문제임
정부안 초안에서는 발행 규모나 이용자 수가 일정 기준을 넘는 경우
‘중요 디지털지급토큰’으로 지정해 한국은행에 자료 요구권과 공동 검사권을 부여하는 절충안이 담김
다만 은행 중심 컨소시엄이나 한국은행의 과도한 영향력에 대해서는 산업 위축을 우려하는 전문가 의견도 적지 않음
무엇보다 큰 한계는 감독권 조율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시장 구조(Market Structure) 설계가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는 점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에서 통용되려면
미국 국채처럼 유동성 높은 단기 국채 담보 시장이 필수적이지만
현재 한국은 관련 제도와 인프라가 매우 제한적인 상황임
□ 마무리하며
이번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논의는 한국이 디지털자산을 단순한 투기 규제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금융 인프라의 일부로 제도화할 것인지를 가르는 분기점에 가까움
해외 스테이블코인에 국내 지점 설립을 요구하고 스테이블코인과 거래소를 은행급 책임 구조로 끌어올리는 방향은
투자자 보호와 시스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분명 의미 있는 진전임
다만 감독권 조율과 통제 강화에만 집중할 경우
정작 중요한 시장 구조 설계와 실험의 공간이 사라질 수 있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에서 활용되기 위한 담보 자산, 유동성, 결제 레일에 대한 논의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제도는 갖췄지만 쓰이지 않는 자산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움
결국 관건은 규제를 얼마나 세게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질서를 만들고, 어떤 실험을 허용하느냐에 있음
이번 법안은 향후 정부안 확정과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한국이 디지털 금융의 소비국에 머물지,
아니면 아시아 디지털 자산 허브로 나아갈지의 방향이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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